온 가족이 모여있는 가상의 거실: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





Ⅰ.

서론

본 연구는 인스턴트 메신저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을 통해 가족과 상호작용하면서 기혼자는 무엇을 체험하며, 이들에게 가족단톡방의 의미는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9년에 등장한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카카오톡 등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이하 메신저)를 활용한 비대면 소통은 가족의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메신저는 일대일 소통뿐만 아니라, 단톡방을 통해 다자간 소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의사소통의 새로운 창구가 되었다. 본 연구에서 가족단톡방이란 3명 이상의 가족구성원이 포함된 인스턴트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의미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족과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이 20-60대 성인 중 절반 이상이었다(박근희, 2017). 만 20-34세 청년 중에는 약 76%가 가족이나 친족과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이재림, 윤보라, 2023). 가구 규모가 축소되고, 근로 및 학습 등 개인의 사회적 시간이 증가하여 가족과의 대면 공유시간이 많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가족단톡방은 가족이 비대면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가족단톡방은 체계로서의 가족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가족체계이론(Allen & Henderson, 2021; Whitchurch & Constantine, 2009)에 따르면 가족은 상호의존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체계로, 가족구성원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가족에는 부모-자녀, 부부,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원가족, 자녀의 배우자까지 다양한 하위체계가 존재하며, 각 하위체계가 영향을 주고받는다. 가족단톡방 안에 누가 있고, 구성원들끼리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그 안에서 가족 간 관계와 역동이 드러난다. 특히, 가족단톡방을 통해 핵가족뿐만 아니라 확대가족, 친인척과도 소통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넓은 범위의 하위체계를 포함하여 가족을 이해할 수 있다.

단톡방을 통해 가족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가족을 실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Morgan(1996)은 가족실천(family practices) 개념을 제안하면서 가족은 ‘이런 것’으로 규정할 수 없는 속성이며,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전체라고 하였다. 가족을 명사(the family)가 아닌 동사(doing family)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안된 가족실천 개념은 가족제도나 가족형태보다, 가족구성원이라는 행위자의 능동성, 행동의 일상성 및 규칙성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가족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비대면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가족을 실천하고 함께 있다고 느끼는 온라인 가족실천(doing family online)이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다(Odasso & Geoffrion, 2023). 가족단톡방은 온라인에서 가족이 능동적으로 구성한 공간이자 가족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상호작용하는, 가족실천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일상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lived experiences)을 연구함으로써, 가족을 실천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톡방을 통한 가족과의 상호작용 체험을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한국가족의 상호작용 특성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따르면, 가족은 상징을 사용하여 상호작용하면서 의미를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맥락, 상호작용, 역할, 정체성이 상호영향을 미친다(Goffman, 1959; Turner, 1970). 가족단톡방에서도 가족은 언어적, 비언어적 상징을 사용하여 상호작용하며, 이때 가족의 맥락, 가족 내 역할 및 정체성 등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가족으로서 의미를 구성해 나간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가족의 맥락, 가족 내 역할 및 정체성 등을 고려한 상태에서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을 탐색하여 가족단톡방을 통한 가족 상호작용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가족관계나 역동을 고려하여 가족단톡방을 분석한 선행연구는 많지 않으며, 한국가족의 맥락에서는 더욱 제한적이다. 가족단톡방 사용이 가족의 기능이나 웰빙에 긍정적이라고 보고한 선행연구(Gong et al., 2021; Zhao et al., 2021)는 가족단톡방의 수, 사용하는 기능의 수 등에 초점을 두었다. 반면, 단톡방을 통한 가족과의 상호작용 체험은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심층면접(Resor, 2021; Taipale & Farinosi, 2018)이나 실제 가족단톡방 대화 내역(Mogharrab & Neustaedter, 2020; Resor, 2021)을 활용해 분석한 선행연구는 가족단톡방의 구성원, 내용, 답장 속도, 가족관계의 변화 등의 측면에서 가족단톡방 활용 경험을 다루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서구 가족의 맥락에서 이루어졌으며, 부모-자녀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한국에서는 가부장제, 가족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부모-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 형제자매, 기타 친인척 등 확대가족과도 단톡방을 통해 소통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맥락에서 가족단톡방을 활용하여 가족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부모, 자녀,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원가족 등 다양한 가족구성원과 단톡방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기혼자가 무엇을 체험하고, 그 체험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를 기혼자로 한정하여, 생식가족과 원가족뿐만 아니라 결혼 이후 형성된 인척관계까지 가족 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인이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사용한다는 점(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Insight, 2022)을 토대로 카카오톡이 메신저의 대표성을 지닌다고 판단하여 본 연구에서 메신저를 카카오톡으로 한정하였다. 본 연구를 관통하는 연구문제는 ‘가족단톡방을 활용하여 가족 및 친족과 상호작용하면서 부모이자 성인자녀이고, 배우자이자 형제자매인 기혼자는 무엇을 체험하는가?’이다.

이러한 연구문제에 대한 답을 탐색하기 위해 일상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체험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van Manen(1994)의 해석학적 현상학 접근을 취하고자 한다. 즉, 가족과 단톡방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그 체험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서 그 속에 있는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가족의 맥락에서 새로운 소통의 도구인 가족단톡방이 활용되었을 때, 주체로서의 가족구성원이 어떠한 체험을 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현재 한국가족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Ⅱ.

연구의 배경

1.

이론적 관점에서 본 가족단톡방

1)

가족체계이론 관점에서의 가족단톡방

일반체계이론을 가족에 적용한 가족체계이론은 가족을 상호의존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 본다. 가족구성원이라는 개인의 합보다 가족체계 전체가 더 크다고 보는 관점이다(Bochner & Eisenberg, 1987; Whitchurch & Constantine, 2009). 가족체계는 부모-자녀, 부부 또는 친밀한 파트너, 형제자매, 조부모-손자녀, 기타 친인척 등 다양한 하위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모든 가족구성원은 서로에게 상호영향을 미치며, 한 구성원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다른 가족구성원뿐만 아니라 하위체계와 가족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가족체계는 가족을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므로, 가족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하나의 전체로 이해해야 한다.

가족단톡방은 가족체계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체계로서 가족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가족은 단톡방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같이 있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모일 수 있다. 이때, 가족끼리 서로 소통하고 상호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해 복잡한 가족관계와 역동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톡방에 있는 모든 구성원은 모든 대화 내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에게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단톡방에는 배우자, 부모, 자녀와 같은 핵가족뿐만 아니라 확대가족이나 친인척 등 다양한 가족구성원이 포함될 수 있으며, 누가 포함된 단톡방이냐에 따라 상호작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즉, 가족단톡방을 통해 다양한 하위체계까지 고려하여 가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단톡방에 있는 구성원을 살펴봄으로써 가족의 경계(boundary)를 확인할 수 있다. 경계는 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하기 위한 선으로(Yerby et al., 1995), 가족이라는 체계에 포함할 구성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 개념을 가족단톡방에 적용하기 위해, 단톡방에 포함된 사람은 누구이고,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이며, 단톡방의 구성원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인의 가족단톡방 사용 경험을 분석한 Resor(2021)의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연구참여자가 핵가족을 중심으로 가족단톡방을 구성했으며, 한 번 만들어진 단톡방의 구성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기혼자는 형성가족 이외에 원가족이나 친족체계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가족단톡방의 구성원이나 상호작용 방식이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현실세계에서의 가족경계에 비해 가상의 공간인 가족단톡방에서 가족의 경계는 상대적으로 유연할 수 있다. 모든 가족구성원이 단톡방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고, 가족단톡방에 새로운 구성원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단톡방을 벗어날 수도 있다. 즉, 가상의 공간에서의 경계는 실제 가족체계의 경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가족단톡방은 가족체계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가족체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이라는 가족단톡방의 특성으로 인해 실제 가족체계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가족체계를 바라봄으로써 가족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가족실천 관점에서의 가족단톡방

Morgan(1996)은 가족을 명사(the family)가 아니라 형용사(family) 혹은 동사(doing family)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명사형의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처럼 규범적인 모습의 가족을 반영하며, 변화하고 새롭게 나타나는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또, 규범적인 모습의 가족에 집중하면 일상을 보내는 실제 가족의 모습을 살펴보기 어렵고, 가족의 다양한 역할, 지위, 경험 등을 과도하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런 점에서 명사형의 가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족실천(family practices)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Morgan, 1996).

가족실천 또는 가족실행이라고 번역되는 ‘family practices’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Morgan(1996; 2011)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첫째, 가족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집중하여 행위자의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 행위자를 어머니, 아버지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어머니로서의 행동, 아버지로서의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둘째, 활동의 일상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있다. 결혼, 질병, 사별 등과 같은 생애사건뿐만 아니라 대화,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셋째, 활동의 규칙적인 측면도 부각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같이 매년 반복되는 행위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밥을 먹이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행위까지 일상적인 가족생활의 일부로서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넷째, 가족활동을 통해 가족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가족을 하나의 특정한 형태로 고정하지 않고, 같이 행위를 하는 가족구성원, 상황, 맥락 등에 따라 가족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ICT 및 미디어의 발전과 같이 가족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또한 가족을 실천하고 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Tissot, 2020).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가족과 상호작용하면서 함께한다고 느끼며(digitally mediated co-presence; Baldassar, 2016),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동시에, 즉각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개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온라인에서 가족을 실천(doing family online)할 수 있다(Odasso & Geoffrion, 2023).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단톡방을 통해 가족과 상호작용하는 행위는 가족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을 연구함으로써 단톡방에서 어떻게 가족을 실천하고 재구성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3)

상징적 상호작용론 관점에서의 가족단톡방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개인들이 서로 알고 있는 공통된 상징과 해석을 공유하면서 의미를 생성한다고 보는 이론이다(Mead, 1934). 오늘날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회구성주의, 역할이론 등 다양한 하위 이론으로 발전하였다(Klein & White, 1996). 각 이론에서 일관되고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맥락, 상호작용, 역할, 정체성이 있으며, 각 개념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개인은 사회적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을 지니며, 한 역할에 따라 여러 ‘정체성’을 구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라는 역할에서도 경제적 부양자, 동료, 성적 파트너 등 다양한 정체성이 있는 것이다. 역할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개인은 역할을 통해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상호작용의 규칙을 유지하기도 한다(Turner, 1970). ‘상호작용’에는 언어적, 비언어적 상징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은 자신의 역할이나 정체성뿐만 아니라 타인과 상황이 지니는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한다(Goffman, 1959). 이때, 개인이라는 미시적 수준과 사회라는 거시적 수준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Stokes & Hewitt, 1976).

이러한 네 가지 개념을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혼자는 부모, 자녀, 며느리 혹은 사위와 같은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을 지닌다. 이때의 역할과 정체성은 사회적 위치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효, 가족주의와 같은 한국가족의 ‘맥락’에 따라 형성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라는 ‘맥락’에 따라 가족단톡방이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등장하였고, 텍스트, 사진, 이모티콘과 같은 상징을 이용하여 ‘상호작용’하면서 가족과 새롭게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기혼자가 단톡방을 통해 가족과 상호작용하면서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가족단톡방이라는 새로운 소통채널의 특성, 한국가족의 특성, 현재 기혼자가 지닌 역할 및 정체성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와 단톡방

메신저는 면대면 대화나 문자, 전화와 같은 기존의 소통방식과는 다른 특성 및 기능이 있다. 첫째, 근거리에서 대화해야 하는 대면 의사소통과는 달리, 메신저를 활용하면 비대면으로 쉽게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이종임, 2014; 정희석, 2012). 이런 점에서 가족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단톡방을 통해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다.

둘째, 메신저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한다. 전화는 목소리, 어조, 속도, 억양 등 반언어적 상징을 활용하고, 면대면 대화는 반언어적 상징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자세, 시선 등 비언어적 상징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소통하는 상대방의 실제 생각, 기분, 감정 등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메신저는 텍스트를 통해 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상황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이종임, 2014).

셋째, 메신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문자나 전화는 원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지만 글자 수나 전화 시간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메신저는 인터넷에 접속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허상희, 2017), 부담 없이 짧은 메시지를 여러 개 보내거나, 이모티콘, 사진, 영상 등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소통방식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내용도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넷째, 메신저는 동시적인 특성과 비동시적인 특성을 모두 지닌다. 메신저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적이다(허상희, 2017). 그러나 반대로 두 사람이 모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야 소통이 가능한 전화와는 달리, 메신저는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때 일방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동시적이기도 하다. ‘읽지 않음’ 표시는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여부를 추측할 수 있게 돕는다.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읽지 않음 표시가 사라지면 상대가 메시지를 확인했고, 즉각적으로 답장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강연임, 2017). 반대로, 표시가 남아있을 때는 상대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고 즉각적인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 경우, 각자의 생활방식을 잘 알고 있는 가족이라면 상황을 이해하고 답장을 편안히 기다릴 수 있으나,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 오랜 시간 답장이 오지 않으면 가족이 실망할 수도 있다(Resor, 2021).

다섯째, 메신저가 통합 멀티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이지영, 김주섭, 2014). 초성이나 텍스트 형태의 이모티콘만 있던 과거와 달리 메신저에서 이미지 형태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으며(Faris et al., 2021), 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텍스트 중심의 메신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 사진과 동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고(강연임, 2017), 전화나 영상통화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금융 서비스나 쇼핑 등의 디지털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에게 편리하게 돈을 송금하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메신저를 통해 그룹 대화가 가능하다. 한 명의 수신자와 한 명의 발신자가 사적으로 대화하는 일대일 대화, 한 명의 발신자가 여러 명의 수신자에게 동시에 보내지만 수신자는 발신자의 문자만 확인할 수 있는 일대다 대화와는 다르게, 메신저를 통해서 여러 참여자가 하나의 그룹에 속하여 대화하는 그룹 대화가 가능해졌다(Seufert et al., 2016). 즉,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톡방은 이용자가 다른 사람을 초대하면서 형성된다. 이때, 초대받은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구나 단톡방에 초대될 수 있다. 또, 이용자는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으면 ‘채팅방 나가기’ 버튼을 통해 나갈 수 있으나, 그 경우 단톡방에 이용자가 나갔다는 알림이 뜨며, 단톡방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용자가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모든 참여자가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다자 간의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타인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단톡방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타인의 글을 읽기만 하는 잠복관찰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유정아, 박남기, 2019). 단톡방을 통해 가족구성원과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만큼, 메신저 및 단톡방의 특성이 가족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가족단톡방을 통한 상호작용

메신저에 관한 연구는 여러 학문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가족의 맥락에 초점을 맞춘 메신저 활용에 관한 연구는 찾기 어렵다. 대신 대학생의 메신저 사용행태를 탐색하거나(박선희, 김성미, 2018; 허상희, 2017), 메신저 및 단톡방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피로감(곽규태 등, 2012)을 분석하는 등 개인적 차원에 집중하였다. 가족 간의 비대면 의사소통을 다룬 선행연구는 주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이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였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가족의 의사소통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가족 간의 소통 시간이 증가하였다는 결과가 있는 반면(박성복, 황하성, 2009; 진미정 등, 2019), 반대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가족 간 대면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 현상을 지적하기도 하였다(McDaniel, 2015).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비대면 의사소통이 가족에게 미치는 단편적인 영향력 분석에서 벗어나 가족단톡방처럼 구체적인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테크놀로지와 가족 의사소통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단톡방과 관련된 연구 또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가족학 이외의 분야에서 주로 메신저 플랫폼의 기능이나 디자인적 측면에 집중하여 친구나 직장동료 등과 사용하는 단톡방 혹은 가족단톡방을 사용하는 이유나 동기를 분석하였다(Church & de Oliveira, 2013; Mogharrab & Neustaedter, 2020). 가족의 맥락을 고려하여, 가족단톡방이 가족의 기능이나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이재림, 윤보라, 2023; Gong et al., 2021; Zhao et al., 2021)는 극소수이다. Zhao 등(2021)의 연구에서는 하나 이상의 가족단톡방이 있는 경우 가족 의사소통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가족의 기능과 웰빙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Gong 등(2021)도 유사하게, 가족단톡방의 수와 사용하는 기능(문자, 전화, 사진 공유, 영상 공유 등)이 많을수록 가족 의사소통의 질이 높아져 가족의 웰빙과 개인의 행복이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는 가족단톡방의 개수, 문자의 수, 사용하는 기능의 수 등 단톡방의 기능적 측면에 집중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가족단톡방의 활용은 대화 내용, 사용빈도, 사용할 때의 감정 등 다양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즉, 가족과의 관계와 역동에 따라 단톡방에서 개인이 무엇을 체험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sor(2021)의 연구는 가족체계적 관점에서 가족단톡방의 활용 경험을 탐색한 보기 드문 질적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단톡방의 구성원, 사용빈도, 대화내용, 가족관계와의 연관성 등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원가족을 단톡방의 당연한 구성원으로 인식했지만, 확대가족은 그러지 않았다. 또, 단톡방이 한 번 형성된 이후 단톡방의 구성원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자녀의 애인이나 배우자와 같이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경우 이 사람을 기존의 가족단톡방에 초대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참여자마다 나뉘었다.

선행연구에서 가족단톡방의 사용 빈도는 단톡방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Mogharrab과 Neustaedter(2020)의 연구에 따르면, 사촌이나 이모, 고모와 같은 확대가족이 포함된 단톡방보다 부모나 자녀 등 직계가족만 포함된 단톡방이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또, 모든 구성원이 단톡방을 활발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었다. 답장이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 답장은 선택적으로 이루어졌고, 특히 4명 이상의 가족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단톡방에서는 최소 1명이 단톡방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Resor(2021)의 연구에서도 단톡방에서 가족구성원의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소수의 성별이 대화에 덜 참여했다. 사용빈도에 따라 문자의 길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가족단톡방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인사말 없이 짧은 길이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사말과 함께 주로 긴 메시지를 보냈다(Mogharrab & Neustaedter, 2020).

가족단톡방에서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사소한 대화를 주로 주고받는 경향이 있다(Taipale & Farinosi, 2018). 예를 들어, 가족단톡방에서는 가족의 소재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가족끼리 서로 건강한지 묻는 연락이 많아졌다(Resor, 2021). 또, 단톡방은 가족 내 대소사가 있을 때 논의하는 창구가 되었다. 세대에 따라 대화주제가 달라지기도 했다. Resor(2021)에 따르면, 청년 자녀들은 일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단톡방을 통해 부모에게 조언을 얻었다. 반대로, 중년 부모는 첨단기기 사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자녀에게 질문하였고, 고민이 있을 때는 자신의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노년 부모는 결혼한 중년 자녀에게 일상적인 문자를 보냈다. 즉, 단톡방 등 디지털 통로를 통해 가족, 특히 세대 간에 비대면으로, 빈번하게 연락하면서 도구적⋅정서적 형태의 지원을 교환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를 세대 간 디지털 결속(intergenerational digital solidarity; Peng et al., 2018)이라고 명명한 연구도 있다.

가족단톡방을 활용하면서 경험하는 감정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가족과 꾸준히 연락할 수 있게 하여 가족관계에 긍정적이라는 연구도 있지만(Resor, 2021), 가족단톡방을 이용하면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연구도 있다(Mogharrab & Neustaedter, 2020). Resor(2021)에 따르면, 가족단톡방은 가족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참여자들은 단톡방을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 중 누군가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나 직장동료가 있는 단톡방에 비해 가족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는 무시하지 않고 읽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바쁜 일이 있거나, 메시지를 확인하기 귀찮은 등 메시지를 읽지 않는 상황에 왔을 때 가족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Mogharrab과 Neustaedter(2020)에 따르면, 자신과 관계없는 문자를 계속 보내거나, 가족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거나, 메시지의 내용을 오해했을 때 이것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가족단톡방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선행연구에서는 가족단톡방 활용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고 있으나, 국내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60대 성인 중 절반 이상이 가족단톡방을 사용하고 있다(박근희, 2017). 가부장제, 유교문화 등 한국가족의 맥락과 역할, 정체성 등이 합쳐져 가족의 상호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가족의 단톡방 활용 체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부관계가 편하지 않은 한국의 가족단톡방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시가와의 단톡방이다(김자아, 이상봉, 2018). 즉, 한국가족의 맥락을 고려하여 가족과의 단톡방 활용 체험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을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자녀, 배우자, 부모 또는 배우자의 부모와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가족단톡방이 한 개 이상 있는 성인남녀를 모집하였다. 즉, 기혼이면서, 부모이자 성인자녀로서 윗세대, 아랫세대, 배우자 모두와 카카오톡 및 가족단톡방으로 소통하는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여러 가족구성원과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는 연구참여자를 선정했을 때 가족과의 다양한 상호작용 체험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러 메신저 중에서는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Insight, 2022)이 메신저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여 메신저를 카카오톡으로 한정하였다. 다양한 참여자를 포함하기 위하여 교육수준, 자녀 수, 자녀 연령대, 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을 고려하는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활용하였고, 면접 과정 중 유사한 진술이 반복되면 자료가 포화되었다고 판단하고 면접을 종료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총 10명의 연구참여자가 심층면접에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10명의 연구참여자 중 8명이 여성, 2명이 남성이었다. 연령은 만 37세(1985년생)에서 만 54세(1968년생)까지로, 30대 후반이 2명, 40대는 4명, 50대는 4명이었다. 이들은 출생 코호트로 보았을 때 후천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적응해가는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에 해당하였다. 한국에 처음 스마트폰이 2009년에 출시되고, 카카오톡이 2010년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문자, 전화 등 기존의 비대면 소통방식을 사용하다 메신저가 새롭게 나타나면서 적응하는 과정을 거쳤다.

<표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이름
(가명)
연령
(만)
성별 교육수준 고용형태 가구원
자녀 성별 자녀 연령 자녀
동거 여부
배우자
동거 여부
가족단톡방
개수
배소정 43 대학교(4년제)
졸업
전일제
(사무직)
4 16 동거 동거 3
13 동거
강혜경 54 대학원 졸업 시간제
(서비스직)
3 28 비동거(입대) 동거 2
24 비동거(입대)
19 동거
유혜지 37 대학교(2-3년제)
졸업
전일제(교육직) 4 8 동거 동거 5
6 동거
문소연 52 대학교(4년제)
졸업
전업주부 3 23 비동거(유학) 동거 3
20 동거
최연서 53 대학교(2-3년제)
졸업
전업주부 3 27 동거 동거 2
24 비동거
(해외 근무)
차선혜 53 대학교(2-3년제)
졸업
전업주부 1 30 비동거
(결혼 독립)
비동거
(해외
근무)
5
24 비동거
(학교 자취)
홍채아 38 고등학교 졸업
또는 그 이하
시간제(서비스직) 4 15 동거 동거 5
10 동거
전미경 48 대학교(4년제)
졸업
전업주부 5 18 동거 동거 3
15 동거
12 동거
한세훈 45 대학원 졸업 전일제(사무직) 3 11 동거 동거 3
정일영 44 대학교(4년제)
졸업
전일제(사무직) 4 14 동거 동거 2
9 동거

연구참여자의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또는 그 이하가 1명, 대학교(2-3년제) 졸업은 3명, 대학교(4년제) 졸업은 4명, 대학원 졸업은 2명이었다. 연구참여자 중 4명이 전일제, 2명은 시간제로 근로했으며, 4명은 전업주부였다. 연구참여자 중 1인가구인 참여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핵가족과 동거하였다. 배우자, 자녀 모두와 함께 거주하는 참여자는 6명이었으며, 해외 근무, 학업으로 인한 자취, 결혼으로 인한 독립 등 핵가족의 일부가 따로 거주하는 참여자는 3명이었다. 자녀의 수는 2명인 참여자가 총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자녀가 1명인 참여자는 1명, 3명인 참여자는 2명이 있었다. 첫째 자녀 중 10대는 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는 3명, 30대와 10대 미만이 각각 1명씩 있었다. 자녀들은 주로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 해당했다. 유혜지 씨(가명)의 둘째 자녀를 제외하고는 연구참여자의 모든 자녀가 개인 스마트폰을 갖고 카카오톡을 통해 소통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최소 두 개의 가족단톡방에 참여하였다. 가족단톡방의 사용빈도는 단톡방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 달랐다. 핵가족 단톡방은 주로 가족이 같이 있지 않은 평일에 사용하였고, 가족과 함께 있는 주말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원가족 단톡방이나 배우자 원가족 단톡방은 용도에 따라 빈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일상적인 대화를 주로 나눌 때는 거의 매일 사용하였지만,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용하기도 했다. 한 번 만든 단톡방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일시적으로만 사용하는 단톡방도 있었다.

2.

자료수집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과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2022년 9월부터 2개월간 일대일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당 심층면접을 2회 실시하였으며, 1회당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되었다. 연구참여자가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면접을 실시하였으며, 심층면접의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하에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하였다. 면담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전사하였다.

심층면접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반구조화된 면접 가이드를 유연하게 활용하였다. 첫 번째 면접에서는 “평소에 가족들과 카카오톡을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여기서 가족은 같이 사는 가족 이외에 부모, 형제자매, 친인척 등을 포함하여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최근 가족과 카카오톡 및 가족단톡방으로 대화한 내용, 대화할 때의 기분, 주로 사용하는 기능, 사용할 때의 감정, 문자⋅전화⋅면대면 소통과의 차이 등 카카오톡 및 가족단톡방을 통한 상호작용 경험을 질문하였다. 두 번째 면접에서는 첫 번째 면접에서 부족하거나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여 내용을 보충하고 새롭고 심층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단톡방을 통한 가족과의 상호작용 체험을 이해하기 위해 심층면접 기록 외에도 현장노트, 설문지, 연구참여자의 가족가계도 등을 수집하였다. 첫 번째 면접이 끝난 이후 설문지를 통해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또, 두 번째 면접이 시작하기 전에 연구참여자의 가족가계도를 그려 참여자의 가족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현장노트에는 연구자가 면접 당시 들었던 생각이나 질문, 연구참여자의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 등을 관찰하여 메모하였다. 참여자가 가족과의 카카오톡 내용을 직접 보여준 경우에는 노트에 메모하여 전사자료에 반영하였다. 이상의 자료수집 과정은 서울대학교의 생명윤리위윈회(IRB)의 승인을 받고 진행되었다.

3.

자료분석 및 해석

본 연구에서는 van Manen(1994)의 해석학적 현상학의 관점을 토대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van Manen(1994)의 해석학적 현상학은 일상의 다양한 체험(lived experiences)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체험의 본질적 의미구조를 반성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이다(김애령, 2009; 정상원, 2018). 체험의 본질적인 의미구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제에서 벗어나 ‘판단중지’를 하고, 경험을 ‘겪은 대로’ 체험하고, 반성적 성찰과 해석학적 순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van Manen, 2014).

기혼자의 가족단톡방 활용 체험의 본질적인 의미구조를 탐구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먼저,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참여자의 체험의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였다. 다음으로 반복되고 공통적인 어휘나 문구와 같이 의미 있는 단어나 문장 등을 찾아 코딩하였다. 이렇게 추출한 의미단위의 다양한 내용 및 속성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의미단위를 ‘카톡의 전반적인 특성’, ‘가족 전체와의 상호작용’, ‘배우자와의 상호작용’, ‘자녀와의 상호작용’, ‘원가족과의 상호작용’, ‘배우자 가족과의 상호작용’, ‘가족 외 상호작용’, ‘카톡 메시지 외 기능’, ‘본인의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범주로 먼저 분류하였다. 범주 안에는 가족단톡방의 종류와 상관없이 참여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현상도 있지만, 특정한 가족단톡방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있었다. 참여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현상에 대해서는 핵가족 단톡방, 원가족 단톡방 등 다양한 단톡방에서의 경험이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주의하였다. 반대로, 특정한 가족단톡방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의미 있다고 판단하여 참여자의 경험을 범주화할 때 반영하였다. 이처럼, 각 범주에 속해있는 의미단위 중 유사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내용을 분류하여 참여자의 경험을 범주화하였고, 찾아낸 하위주제를 중심으로 체험을 대주제로 통합하였다. 이후, 반성적 성찰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의 체험을 관통하는 의미와 본질을 발견하고 해석하였다. 본질의 현상을 기술하고 해석할 때는 부분과 전체의 맥락을 고려하면서 전체적인 맥락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였다(이남인, 2014). 이상의 코딩 과정은 질적 자료분석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MAXQDA 2022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명의 연구자가 연구의 전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업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온 가족이 모여있는 가상의 거실, 가족단톡방

1)

핵가족부터 확대가족, 친인척까지 모이는

연구참여자들은 단톡방을 가족이 모이는 가상의 공간으로 인식하였다. 예를 들어, 정일영 씨는 동거하는 배우자와 두 자녀와 함께 집에 있을 때 주로 거실에서 소통하였다. 그러나 학교, 학원, 직장 등으로 가족과 대면으로 소통하기 어려울 때 가족단톡방을 활용하였다. 즉, 두 공간에서의 대화 내용은 차이가 없고, 가족과 같은 공간에 있는지에 따라 대화 장소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정일영 씨는 가족단톡방을 ‘가상 공간에 있는 거실’이라고 표현하였다.

저희 식구들 같은 경우는 거실에 모여서 얘기를 해요. (중략) 거실에 모여서 얘기할 때 하고, 카톡에서 얘기하는 게 차이는 없어요. 똑같은데, 이 시간대에는 다 같이 떨어져 있으니까 카톡으로 이용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딱 질문하셨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는 그냥 우리 거실이다. 근데 가상 공간에 있는 거실이다. (정일영)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가족구성원과 가상의 거실인 가족단톡방에서 소통하였다. 모든 참여자들은 배우자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단톡방이 있었으며, 그 외의 단톡방은 연구참여자마다 차이가 있었다. 원가족 단톡방은 부모와 형제자매로만 구성된 것도 있었지만, 본인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포함하기도 했다. 또, 부모를 제외하고 형제자매만, 혹은 형제자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여 단톡방을 구성하기도 했다. 배우자의 원가족 단톡방도 원가족 단톡방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배우자의 부모와 형제자매로 구성된 단톡방도 있었지만, 배우자 형제자매의 배우자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여성 참여자들은 시누나 올케와 같은 여성 친족으로만 구성된 단톡방이 있었다. 배우자, 자녀, 원가족, 배우자의 원가족 외에도 부모의 형제자매, 이종사촌, 조카 등 기타 친인척으로 구성된 단톡방이 있는 참여자도 있었다. 즉, 연구참여자들은 핵가족부터 확대가족, 친인척까지 다양한 가족구성원과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였다. 면접 시점 기준 연구참여자가 포함된 가족단톡방의 종류와 그 구성원을 정리한 것은 <표 2>와 같다. 핵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톡방, 참여자의 원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톡방, 참여자의 배우자 원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톡방 순으로 정리하였다.

<표 2>

연구참여자별 가족단톡방 구성원


이름
(가명)
단톡방
번호
본인 배우자 자녀 본인 부모 본인형제자매 본인 형제자매의 배우자 배우자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배우자
형제자매의 배우자
기타
친인척
배소정 1-1
1-2
1-3
강혜경 2-1
2-2
유혜지 3-1 ●(첫째)
3-2 ●(모)
3-3 ●(시모)
3-4 ●(시부)
3-5
문소연 4-1
4-2
4-3
최연서 5-1 ●(둘째)
5-2
차선혜 6-1 * ●(첫째) ●(며느리)
6-2 * ●(둘째)
6-3   ●(둘째) ●(며느리)
6-4 *
6-5  
홍채아 7-1
7-2
7-3
7-4
7-5 ●(인척)
전미경 8-1
8-2 *
8-3  
한세훈 9-1
9-2
9-3
정일영 10-1
10-2 ●(모)
●: 해당 단톡방에 포함된 가족구성원. *: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가족단톡방.
2)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의사결정하는

연구참여자들은 단톡방에서 가족들과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가족에게 공지할 내용이 있을 때 단톡방을 사용하였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리면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일, 결혼식 등 가족행사가 있을 때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것부터 평소 식사 메뉴와 같은 사소한 내용까지 편리하게 공지하였다. 한세훈 씨는 장인, 장모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식사는 장모가 준비하였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장인, 장모, 아내, 아들이 있는 단톡방에 몇 시까지 집에 오라는 메시지가 오고 갔다.

학령기나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여성 참여자들은 수행평가, 체험학습 일정, 가정통신문 등 자녀의 학업과 관련된 공지를 단톡방에 올렸다. 알림장이나 학사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학교 애플리케이션이나 학부모 단톡방 등 자녀의 학업과 관련된 것은 주로 어머니인 본인이 가입하고 있어서, 다른 가족구성원들은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전일제로 근무하는 여성 참여자들은 오늘의 날씨 등을 공지하여 자녀들을 돌보는 모습도 나타났다. 사무직으로 전일제 근무하는 배소정 씨는 배우자와 두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지만, 두 자녀가 등교하기 전에 회사로 출근하기 때문에 자녀의 등교를 직접 챙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톡방에 ‘비 오니까 우산 잘 챙겨가고’, ‘추워졌으니 바람막이를 챙겨라’와 같이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녀가 별 탈 없이 등교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저희 큰딸이랑은 학교, 알림장에 대해 단톡방에서 대화해요. 근데 그게 저만 볼 수 있어가지고. 큰애가 놓치는 건 제가 이렇게 한 번씩 써줘요. ‘수행평가 있다. 공부해라.’ ‘체험학습 가는 거. 이날 가니까 알아둬라.’ (중략) [단톡방에 올려두지 않으면] 저도 까먹어요. 이것저것 신경 너무 많이 쓰니까. 여기 신랑도 같이 들어있거든요. 남편도 알라고. 제가 혹시 까먹으면 얘기해달라고. (유혜지)

연구참여자들은 가족에게 정보를 편리하게 공유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족단톡방을 형성하기도 했다. 차선혜 씨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지 않지만, 평소에 형제자매들과 자주 만났다.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전화도 편하게 하기 때문에,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화로 소통하였다. 그런 점에서 형제자매 단톡방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으나, 가족행사 일정과 같이 형제자매에게 공통으로 공유할 정보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단톡방을 사용하였다.

[형제자매들과] 어떤 이슈가 있어. 그러면 단톡에다가 다 초대해가지고 얘기를 하긴 해. 근데 그건 일시적인 거고. 그냥 하도 자주 보니까. 전화 통화하고. (중략) 계속 운영되는 단톡방은 아니야. (중략) 친정에서 단톡에 공유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냐면, 예를 들면 누가 결혼한대. ‘결혼식장이 어디야?’ 이거야. 단톡에다가 다 올리는 거지. 몇 월, 몇 시. 어디 예식장. 모바일 청첩장 온 거 올려주고. (차선혜)

공지 외에도 기사, 유머, 문구, 사진 등 가족에게 공유하고 싶은 것을 단톡방을 통해 한 번에 공유하였다. 자녀들이 알아두면 유익할 기사를 공유하거나, 본인이 보기에 재밌었던 글을 가족에게도 보여주는 것이다. 관련 내용에 관해 가족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가족들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에, 가족 간 양방향 상호작용보다는 일방향 소통이 주로 이루어졌다. 가족들이 떨어져 있을 때 서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단톡방에 올리기도 하지만, 가족들과 집에 있을 때도 가족에게 일일이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불편해 단톡방에 올리기도 하였다. 즉, 가족의 위치와 상관없이 가족단톡방을 가상의 알림판으로 사용하였다.

가족에게 하는 공지나 정보공유는 주로 각 단톡방에서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이 주도하여 자녀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보냈다. 본인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단톡방에서는 참여자나 참여자의 배우자가 주도했으며, 본인 혹은 배우자의 원가족 단톡방에서는 부모 세대가 주도하였다.

큰애도 군복무하느라 다른 데 있고. 둘째도 다른 데 있고. 셋째는 집에 있지만 다 멀리 떨어져있어서. 거기[핵가족 단톡방]도 알려야 될 상황, ‘일주일 후에 엄마 생일이다,’ ‘몇 월 며칟날 아빠 생일이다, 잊지 말아라.’ 이런 거나. 아니면 엄마, 아빠가 얘들이 알았으면 하는 그런 신문 기사. 그런 거 올려주고. 나는 웃긴 거 있으면 올려주고. 그래서 주로 그런 용도로 써요. 근데 애들은 거기서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올리지는 않고, 대답하고, 웃고, 이러고 말더라고요. (강혜경)

연구참여자들은 가족단톡방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때는 가족과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졌는데, 텍스트 외에도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였다. 배우자 및 본인의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단톡방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 주제는 평상시에 대면으로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학교, 학원, 직장 등으로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있을 때 가족단톡방을 활용하였다. 전미경 씨의 청소년기 자녀는 친구들과 놀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단톡방에 공유하였다. 전미경 씨는 자녀가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와 시간 등을 자녀에게 사전에 전해 들었지만, 자녀가 단톡방에 공유한 내용을 통해 자녀의 실시간 위치와 안전 여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또, 참여자들은 과거의 가족사진을 단톡방에 올려 사진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자녀가 어린 경우에는 자녀들끼리 단톡방에서 장난을 치거나, 의미가 없는 말을 올리기도 했다.

[단톡방을] 특별한 일이 있어서만 쓰는 것도 아니고요. 와이프랑 저랑 다 직장생활하고 있고. (중략) 주말에도 운동이다 뭐다 해서 나와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거기서 그냥 정말 시시덕거리는 그런 것들도 많고. 그냥 말장난하는 것도 많고.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와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서로 사진 찍었던 것도 공유하고. (중략) 그리고 어디 가고 싶다는 거. 이런 거 또 얘기하고. 근황 같은 경우,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딸과 아들이 서로 카톡을 보내며 장난치는 부분을 보여준다.] 그리고 뜬금없이 이렇게 자기들끼리 장난칠 때도 있고. (정일영)

원가족이나 배우자의 원가족 단톡방에서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소식을 주고받거나, 건강을 확인하거나, 생일을 축하하거나,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많았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으며, 어린 자녀의 사진을 부모에게 공유하였다. 반대로, 부모가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혹은 예쁜 꽃이나 마음에 드는 풍경을 발견했을 때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또, 참여자들은 고령의 부모가 병원을 다녀왔을 때 이상은 없었는지 물어보면서 부모의 건강을 확인하였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들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단톡방을 통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백신을 맞았는지 확인하는 등 가족들의 건강을 확인하였다.

[단톡방에서] 부모님 집에 언제 방문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서, 조금 있으면 추석이니깐? 추석 전날 가는 게 좋을지, 추석 다음 날 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예를 들어서 엄마, 아빠 건강검진을 하셨으면 검진은 특별한 이상 없이 잘 받으셨는지. 이런 정도? 조카들의 영상이 올라올 때도 있고. 하다못해 화단에 꽃이 피면 꽃 사진을 올릴 때도 있고. (배소정)

연구참여자들은 생일, 제사 등 가족행사를 개최할 장소나 시간을 정하거나, 가족 내 아픈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등 가족 간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도 단톡방을 활용하였다. 기혼자인 연구참여자들은 원가족과 따로 거주했기 때문에, 단톡방이 없던 과거에는 원가족과 연락하기 위해서 직접 만나거나, 한 명이 주도로 모든 가족에게 전화하여 의견을 통합해야 했다. 그러나 단톡방을 활용하면서 가족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서로 메시지를 보내고 확인하면서 해당 사항을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주로 같이 살지 않는 부모, 형제자매, 혹은 배우자의 원가족 등과 의사결정을 할 때 단톡방을 활용하였다.

3)

가족이라 편하지만, 가족이라 기대하고 조심스러운

연구참여자들은 가족 이외 사람들과의 단톡방과 비교할 때 가족단톡방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갈등이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직장동료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메시지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가족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텍스트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다.

[게임] 단톡방에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기다가 의견이 안 맞으면 싸워요. (중략) 오히려 서로 몰이해 된 관계에서는 이모티콘이 싸움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나는 되게 좋은 의미로, 그냥 분위기를 캄다운(calm down)시키려고 쓴 거를, 상대는 나를 비꼰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상대에 대해서 이해가 깊으면, 얘가 왜 이런 걸 썼을까에 대해서 양해도 되고. 이해도 되고. 혹시 내가 오해했으면 그걸 다시 풀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게 아닌 사이에서는 단순 텍스트나 이모티콘으로 된 의사 표현이 오히려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거든요. (정일영)

연구참여자들의 가족단톡방 중 메시지를 편하게 보내거나 답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단톡방이 있었다. 주로 배우자 및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단톡방이나 본인의 부모 및 형제자매로 구성된 원가족 단톡방이 해당하였다. 핵가족이나 원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답장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또, 이 단톡방에서는 급하거나 의논해야 할 사항처럼 답장이 필요한 사항보다는, 답장이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공유나 간단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주로 이루어졌다. 메신저에서는 가족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답장이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와 같이 가족에 대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답장이 없으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했다.

동생들한테 올리는 사진이나 이런 건 되게 마음이 편해. 걔네들은 내 동생이다 보니까. 솔직히 누가 사진 같은 거 보내주면 거기에다가 의무적으로 답을 달아야 되잖아. (중략) 근데 동생들한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니까 너무 편해. 답이 없어도 편해. (중략) 왜냐하면 얘네들이 둘 다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일 끝나면 언젠간 보겠지. 그럼 걔네들이 봤다가, 바쁘면 그냥 보기만 하고 스쳤다가, 나중에 “언니 지난번 거기 어디 갔다 온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내가 부담이 없어. (최연서)

반대로, 가족단톡방 중 답장하기를 기대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단톡방이 있었다. 먼저, 의사결정과 같이 가족의 답장이 필요할 때는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표정이나 목소리로 상대의 의견이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면 소통과는 달리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메신저의 특성상, 단톡방의 참여자가 답장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가족이 참여하지 않을 때 그 사람에게 불만이 생겼다. 이런 모습은 의사결정이 자주 이루어지는 형제자매 단톡방에서 나타났다. 부모와 관련된 논의를 할 때 형제자매나 이들의 배우자가 참여할 것을 기대하였다. 장남이나 맏며느리에 대해서는 특히 그랬고, 이들이 기대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불만을 갖게 되었다. 또, 가족 간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가족단톡방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첫째나 총무와 같이 평소에 대소사 등이 있을 때 주도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이 먼저 가족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을 때, 일부 가족들은 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본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기분이 나빴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가족이라 서로의 집안사정을 알고 있기에, 혹은 손위 형제자매이기에 이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역할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참여하지 않는 가족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

우리 큰 새언니 같은 경우는 [단톡방에서] 답이 없어. (중략) 한편으로는 저 사람은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그런데 그거를 지금 나이가 50이 다 넘은 상황에서 그냥 그러고 마는 거지. 내 언니가 아니잖아. 우리 오빠의 부인인데, 내가 뭐라 그럴 거야. 내가 밑에 사람이잖아. 내가 위이면 “자네도 좀 올리지?” [그랬을텐데.] (문소연)

차선혜 씨는 본인 부부와 남편의 형제자매 부부 모두가 포함된 단톡방이 있었다. 그 단톡방은 제사나 생일과 같은 가족행사를 준비할 때 주로 사용하였다. 가족행사가 있을 때마다 공지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 불편했던 시누는 단톡방을 나갔다. 본인의 부모를 챙기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시누를 보고 차선혜 씨는 기분이 나빴지만, 시누가 금전적인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가족이니까 알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시누에게 따로 돈을 내라고 연락하거나, 나간 단톡방에 시누를 다시 초대하지 않았다. 즉, 단톡방에서 나간 시누에게 가족행사 때 필요한 돈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단톡방에 없기 때문에 가족행사와 관련해서 시누의 의견를 배제하였다.

[시댁단톡방에] 며느리들까지 해갖고 싹 다 들어왔었는데. 맨날 공지에 뭐 한다고 돈 내라, 이러니까. 시누 중에 한 명이 나가버렸어. 기분 나쁘더라고. (중략) 쟤는 돈 내기 싫다는 거구나. (중략) 카톡이라는 게 없었을 때는 [이슈가 있으면] 어찌 됐건 만나서 의논하고 했었을 거야. (중략) [지금은] 단톡방에 올려놓고 거기서 의견 얘기하고, 결정하고 이렇게 하는데. 어떤 한 사람이 나와버리면, 이 사람은 거기에서 약간 배제돼. (중략) 본인이 싫어서 스스로 나간 거긴 한데. 우리 작은 단위의 공동체에서 “쟤는 그냥 빼.” 이렇게 되는 것도 있더라고. (차선혜)

둘째, 가족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연구참여자들은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조심하였다. 가족이 보면 불쾌할 수 있는 내용을 보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내용적 측면과 메시지를 작성할 때 띄어쓰기나 철자법과 같은 형식에 신경 쓰는 형식적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가족이라고 해도 학업이나 진로 등 자녀 문제나 금전적인 사정 등 집안마다 차이가 있을 때, 해당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실수로라도 언급하게 되면 서로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나 직장동료 등 다른 관계와는 달리 가족은 관계를 끊을 수 없고, 계속 만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조심하였다. 문소연 씨의 자녀와 첫째 오빠의 자녀는 1살 차이인데, 문소연 씨의 자녀는 모두 대학에 들어간 한편, 첫째 오빠의 자녀는 수능을 세 번째 준비 중이었다. 자녀의 학업과 관련된 것은 가족 사이에서도 예민한 사항이기 때문에, 문소연 씨는 첫째 오빠와 연락하는 것을 조심하였다.

큰오빠네 애가 삼수를 해서 거기는 조심. (중략) 애들이 끼어 있으니까 조금 조심해야겠더라고. 우리 옛날에는 허구한 날 만나서 밥 먹고 놀고 그랬거든. 어렸을 때는. 점점 커가면서, 성적에 관련된 그게 되게 커. 그래서 서로가 조심해. (중략) [서로가] 다 알잖아. 더구나 1년 차인데. (중략) 내가 눈치가 보여서 조심해야 되니까, 전화 안 하게 돼. (문소연)

연구참여자들은 배우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로 구성된 단톡방에서는 메시지를 보낼 때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메시지의 철자법에 신경을 써야 하고, 예의 바르게 답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며느리인 여성 참여자들은 시부모의 메시지에 신경 써서 답장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유혜지 씨는 시어머니가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낼 때 ‘혹시 내 말에 속상하실까?’ 한 번 더 생각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메시지를 보내도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보내기보다, 시누나 남편의 반응을 보고 분위기에 맞춰서 대답했다.

[시어머니가 있는 단톡방에서] 말하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결혼해서 생긴 가족이잖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말을 잘못하면, 어머님이 혹시 속상해하시고 그런 생각이… 왜냐하면 그냥 엄마면 ‘이렇게 얘기해도 엄마가 이해해 주겠지.’라고 생각을 하는데. 시어머니니까 한 번 건너서 생각을 하게 돼요. ‘어머니 혹시 내 말에 혹시나 삐지실까? 속상하실까?’ 한 번 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보통 보면 답이 늦어요. 남편이랑 시누랑 대답을 하면 그거 분위기에 맞춰서 대답을 하는 대답이 많아요. (유혜지)

반면에 남성 참여자 중에는 처가 단톡방이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경우도 있었다. 사위인 한세훈 씨는 장인, 장모가 있는 가족단톡방이 불편하지 않았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한국가족 문화가 있어서 조심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인어른, 장모가 있는 단톡방에 실수로 글을 올리거나, 어른들이 보낸 메시지에 꼭 답장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저는 솔직히 장인, 장모님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희 장모님이 저를 불편하시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잖아요. 그 방은 솔직히 불편한 거 별로 없어요. 제가 실수로 올린 글을 올려도 그냥 넘어가고요. (중략) 꼰대들은 그런 게 있잖아요. 저희 나이 또래는 꼭 답변을 달아야 되고. 저 방 그런 것도 없어요. 아주 편한 방이에요. 우리 아내는 힘들 거예요. 그쪽[참여자의 원가족] 카톡방에서는. 며느리잖아요. 어쩔 수 없어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며느리이기 때문에 되게 격식을 차리죠. (한세훈)

2.

각자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가족단톡방

1)

관계에 따라, 대화주제에 따라 조직되는

연구참여자 중에는 일부 가족구성원이 포함되지 않은 가족단톡방이 있었다. 가족과 갈등이 있는 등 불편한 관계의 가족을 단톡방에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반대로 편한 관계의 가족임에도 대화 주제와 관련 없는 사람은 단톡방에 포함하지 않기도 했다.

우선, 특정한 사유로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구성원이 있을 때 가족단톡방을 형성하지 않거나 혹은 불편한 가족구성원을 제외하고 단톡방을 형성하였다. 최연서 씨는 배우자의 원가족이 포함된 시가 단톡방이 따로 없었는데, 시누이와 시숙 간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시누이를 시숙이 집을 구해주는 등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었으나, 계속 시누이가 불만을 표시하여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 최연서 씨는 모두가 친하지 않는 이상 단톡방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이는 가족단톡방이 가상의 공간이어도 구성원 모두가 모이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시댁의 네 형제 중 큰고모가] 제일 힘들게 살아. (중략) 아주버님이 집을 다 이렇게 마련해 주셔 가지고 살고 계신단 말이야. 근데 항상 우리 고모가 불만이 많아. 그러다 보니까 이 두 사람이[아주버님 부부] 뭐 이렇게 불만이 많냐고 그러면서 그 관계가 조금 오랫동안 지금 지속되는 상황이라 [시댁] 단톡방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중략) 단톡의 개념은 솔직히 친하지 않으면 [만들기가 어려워]… 아니면 아예 서로 간에 모르던가. (최연서)

불편한 가족구성원을 제외하고 단톡방을 구성한 경우에는 다른 가족구성원의 동의가 있었다. 강혜경 씨는 본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형제자매와만 단톡방을 구성하였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일을 시키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어머니의 연락은 일거리로만 느꼈다. 그래서 어머니와 연락할 때도 부탁한 용무에 관해서만 대화를 할 뿐, 가벼운 수다나 농담과 같은 일상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또, 어머니는 자녀들이 모두 결혼하고 독립한 지금까지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형제자매들도 어머니를 가족단톡방에 초대하면 불편할 것이라 판단하여 어머니를 포함한 단톡방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자식들을 아직도 내 맘대로 이렇게 이렇게 하려고 그래요. (중략) 거짓말 잘 하신다고 그랬잖아요. 아직도 엄마 마음대로 ‘너희 둘이 이렇게 하고. 너는 안 하고.’ 이렇게 교통정리를 하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엄마와] 같이 있는 톡을 [형제자매들도] 다 꺼려해요. (강혜경)

두 가족구성원 간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 가족구성원을 분리하여 별도의 단톡방을 형성하기도 했다. 유혜지 씨는 시가와의 단톡방이 두 개 있었는데, 시부모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단톡방에는 시어머니가, 다른 단톡방에는 시아버지가 있었고, 나머지 인물인 유혜지 씨 부부와 시누이 부부는 두 개의 단톡방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두 단톡방에서 하는 대화의 내용이 달랐고, 그 내용은 서로 다른 단톡방에 공유되지 않았다. 유혜지 씨는 이전까지 시부모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단톡방이 따로 생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즉, 가족단톡방에 포함되는 구성원은 가족관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시부모님끼리] 사이가 엄청 좋구나 했는데, 점점 보니까 서로 대화를 안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에 단톡방이 이렇게 따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이가 많이 안 좋으시구나. 단톡방에 누가 있고, 없고가 그 사람의 관계에도 참… 말을 안 해도 보이게 하더라고요. (유혜지)

연구참여자들은 대화 주제에 따라 가족단톡방의 구성원이 달라졌고, 이에 편한 관계임에도 가족단톡방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기존에 있던 가족단톡방 대신 해당 주제에 관련된 사람만 모아서 별도의 단톡방을 구성하였다. 특정 가족구성원이 알 필요가 없었거나, 모두가 있는 가족단톡방에서 논의하면 주제와 관련 없는 가족구성원이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포함된 원가족 단톡방과는 별도로 형제자매 단톡방이 따로 있는 참여자들이 이 경우에 해당하였다.

[원가족 단톡방에서] 아빠 생신 언젠데 이번에는 어디서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 (중략) 그리고 선물 뭐 필요한 게 있으신지. 그런 거 여쭤보는 정도. (중략) [부모님이] ‘너네들이 의논해서 정해.’ 이렇게 말을 하면, 길게 ‘어디가 괜찮나?’ 이런 얘기하는 거는 [부모님이] 괜히 번거로우실테니. [형제자매 단톡방에서] 얘기를 해보고. (중략) 생일 파티하고 돈 나눌 땐 따로 이야기하고. ‘돈이 얼마나 들었지?’ 그러면 ‘내가 얼마를 낼 테니 나머지는 너희들이 내라.’ 그런 얘기는 부모님하고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까. (배소정)

2)

모두가 함께 모일 필요는 없는

가족 간의 갈등이 없어도 배우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 등 인척과의 관계는 핵가족이나 원가족과의 관계보다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가족 단톡방에 배우자나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초대하는 것에 대하여 연구참여자들의 의견이 달랐다. 이는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배소정 씨는 가족단톡방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와 형제자매는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자란 사람들’이었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는 ‘편한 것보다 불편한 것이 더 많은 관계’였다. 이런 점에서 배우자나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단톡방에 초대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형제자매의 배우자도 불편해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배소정 씨는 혈연으로 이어진 원가족과 핵가족까지를 불편하지 않은 가족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가족이나 원가족이 아닌] 그 외의 사람들은 [단톡방에 초대받는 것이] 불편할까봐. (중략) 가끔 저도 우리 조카가 피아노를 잘 치는 게 그렇게까지 난 궁금하지 않은데. 이럴 때도 있거든요. 근데 나는 그나마 내 조카인데. 우리 남편이 만약에 그 안에 있으면 ‘애들이 다 그렇게 크지, 뭐가 궁금해.’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거기 때문에. (중략) 우리 형제자매들은 어느 정도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같이 자라난 사람들인 거잖아요. (중략) 어느 정도 불편하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단톡방인 거고. 결혼으로 해서 맺어진 관계인 경우에는 편한 것보다는 불편한 게 더 많을 거기 때문에. (배소정)

반면, 홍채아 씨는 원가족 단톡방에 형제자매의 배우자도 모두 포함되었다. 올케와 형부도 ‘가족이니까’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홍채아 씨는 가족의 번호를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할 때 이름 옆에 하트를 붙였는데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형제자매의 배우자와 조카, 사촌 등의 관계에도 하트를 붙였다. 즉, 홍채아 씨는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 외에도 인척관계까지 편안한 가족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을 보여주며] 하트는 가족만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하트 해주지 않아요. 하트는 우리 친가, 시댁, 우리 아기들. 다른 사람들은 저장할 때 하트는 절대 해주지 않고. 왜 하냐고 물어보면 가족이니까요. (홍채아)

본인 자녀의 배우자를 가족단톡방에 초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연구참여자마다 달랐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성인자녀가 배우자를 포함하여 단톡방을 형성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본인이 직접 성인자녀의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단톡방을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시부모 혹은 장인, 장모가 며느리나 사위를 포함한 단톡방을 만드는 것은 자녀 부부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 참여자들의 경우 이러한 견해는 본인의 고부관계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었다. 여성 참여자의 시부모는 주로 가부장적 사고를 지녔다. 시부모, 특히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참여자에게 행동을 명령하고, 며느리보다 자기의 아들을 더 챙기기를 강요하다보니, 며느리인 참여자는 시부모라는 존재가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일부 참여자들은 이러한 관계를 본인의 며느리나 사위와의 관계에도 투영하였고, 며느리를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 시어머니는 ‘할까?’가 아니고 ‘해’. 그러니까는 유아독존인 거 있잖아. 그냥 모든 거를 자기 마음대로 하셔야 되는. 그런 분의 밑에 있는 며느리 입장에서는 [단톡방을] 안 하고 싶을 것 같아. (중략) 내 아들은 나를 ‘우리 엄마니까.’ 하고 이해하겠지만. 그들은 남의 딸이고, 나는 남의 엄마잖아. (중략) 정말 뭐가 궁금하면 통화해서 “어떻게 지내니?” [하면 되지] 카톡으로 허구한 날, 며느리랑? 나는 너무 불편할 것 같아. (문소연)

그러나 며느리나 사위도 가족단톡방에 초대할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시아버지는 ‘표현을 잘 하고’, 시어머니는 가족 간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홍채아 씨의 시가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며느리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시가와 가까이 거주하고 있어서 주말에 시어머니의 요리가 먹고 싶으면 연락해서 편하게 갈 수 있었고, 자녀가 어렸을 때 도움이 필요하면 시가에 편하게 요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부모와 편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은 홍채아 씨는 시부모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며느리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도울 생각이었고, 며느리도 가족이 되었기에 기존에 있던 가족단톡방에 초대할 것이라고 하였다.

(연구자: 나중에 아들들이 결혼해서 며느리가 생긴다면 그들을 가족단톡방에 초대할 건가요?) 그럼요. 그녀들이 싫을지언정. (웃음) 전 손주도 봐줄 거예요, 봐달라고 그러면. (중략)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그때도 많이 정정하시고 그러면… [며느리가 참여자의 시댁 단톡]방에 초대되는 거죠. (홍채아)

친인척이 가족단톡방에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나 친인척의 압박으로 단톡방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단톡방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며 형성되는데, 가족단톡방은 단톡방에 들어올 것인지 모든 구성원에게 동의받지 않고 갑작스럽게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초대된 구성원들은 의도치 않게 어색하거나 불편한 관계의 가족과 같은 단톡방에 속하게 될 수 있었다. 가족이기 때문에 단톡방에 계속 있었지만, 결국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나가는 일이 있었다.

강혜경 씨는 9남매인 아버지의 형제자매와 이들의 자녀 등 수많은 가족이 포함된 친족단톡방에 갑자기 초대되었다. 단톡방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가족도 있었을뿐더러, 강혜경 씨와 관련 없는 수많은 메시지가 오고 갔다. 특히, 아버지의 형제자매들이 있기에 그들이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정성 들여 답장해야 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형제자매들이 가족 모두가 단톡방에 있기를 원하여 단톡방을 나가지 않았으나, 결국 참지 못한 강혜경 씨는 단톡방을 나왔다. 이때 강혜경 씨는 불편한 가족단톡방과 원치 않은 메시지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후련했다.

친척톡은 자기 집안 자랑의 도가니에요. ‘우리 손자 누구가 이번에 무슨 상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상을 딱 올려요. 그러면 온갖 이모티콘, ‘축하한다.’ 그런 걸 막 올려줘야 해요. (중략) 친정엄마 톡은 내가 씹어도 되지만, 친척,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이런 분들 톡은 내가 씹으면 안 되기 때문에 뭐만 올랐다 그러면은 이모티콘으로라도 보내고. (중략) 우리 아버지 친척이 9남매였거든요? 9남매의 자식들도 다 들어와있고.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다 들어와있고 그러니까. 너무 톡들이 많아서, 너무 질려서 나와버렸어요. (중략) [단톡방에 나오고 나서] 후련했어. (웃음) (강혜경)

마지막으로, 가족단톡방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계속 초대되는 경우도 있었다. 강혜경 씨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친족단톡방에 초대되었다. 자신과 관련이 없는 메시지가 쌓이자 결국 강혜경 씨는 단톡방에서 나왔으나, 가족들이 모두 단톡방에 있기를 바란 친족들은 강혜경 씨를 계속 초대하였다. 강혜경 씨는 나갈 때 ‘둘째가 고삼이라 너무 머리가 아파요’, ‘속상한 일이 많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고서야 다시 초대되지 않을 수 있었다. 강혜경 씨가 생각하는 편안한 가족의 범위와 친족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에 차이가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가족 간의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이어졌다.

3)

스스로 나갈 수 있지만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연구참여자들은 가족과 갈등이 생기면서 가족단톡방에 있던 구성원이 단톡방을 나가는 경험을 했다. 가족과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상의 거실인 가족단톡방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최연서 씨는 형제자매 가족들과 다 같이 여행을 가기 위해 가족단톡방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연서 씨 남편의 독단적인 성격으로 남편과 형제자매들과 갈등이 발생하여 서로 감정이 상했다. 남편과 형제자매 사이에 있던 최연서 씨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국 단톡방을 나오게 되었다.

우리 남편을 [포함]해서 요렇게, 요렇게[모든 형제자매 부부를 포함해서 단톡방을] 만든 적이 있었어. 여행 가는 것 때문에 만들었는데, (중략) 서로 의견이 안 맞고. 그때 우리 애 아빠가 성격이 좀 독단적인 부분이 좀 있어가지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의견 조합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동생들이 ‘형부는 왜 그렇게 하시려고 해?’ 이런 게 있었어. 그래서 결국은 그 여행도 파토 났거든. 그러다 보니까 나는 그 단톡방을 가지고 있기 싫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냥 제일 일빠따로 나왔어. (웃음) (최연서)

가족단톡방에서 나간 구성원을 다시 초대하기 위해서는 단톡방에 남아있는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였다. 메신저의 특성상 단톡방에서 나가면 누군가가 나갔음을 알려주기 때문에 그 사람이 단톡방에서 나갔다는 사실을 단톡방의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톡방에 다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초대받아야 한다. 즉, 단톡방을 나간 구성원이 단톡방에 다시 들어오고 싶어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초대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가족의 초대로 다시 단톡방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초대해주지 않아서 단톡방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강혜경 씨의 동생은 어머니와 갈등이 생긴 후 부모와 관련된 사안을 주로 논의하는 형제자매 단톡방에서 나간 적이 있었다. 이때 강혜경 씨의 동생은 언니의 반대로 한동안 단톡방에 초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갈등이 해소되었고, 형제자매와 다 같이 논의할 일도 있었기 때문에 가족단톡방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막내동생이] 엄마 때문에 화가 나서, 엄마가 이랬네, 저랬네, 장문의 글을 올리더니, 우리 형제방에서 똑 나가더라고. ‘아니, 왜 나갔어?’ ‘나도 몰라.’ ‘[막내동생] 부를까?’ 이래요. 언니가 ‘냅둬.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 방에 화풀이야, 애는?’ 불러달라고 할 때까지 냅두라고. 그래서 한동안 몇 달 걔 못 들어왔어요. 나중에 자기 바로 위에 언니한테 ‘언니 나 좀 넣어줘.’ (중략) 불편하죠, 자기도. 알려야 될 거는 개인으로 이렇게 해야 되니까. 그래가지고 ‘그래! 너가 그냥 나가서 넣어달라고 안 해서 안 넣어준 거지. 넣어줘라.’ 그랬더니 들어와서 돈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강혜경)

반대로 최연서 씨의 아들은 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해 가족단톡방에 다시 들어오지 못했다. 최연서 씨는 본인 부부와 아들, 딸로 구성된 핵가족 단톡방이 있었다. 회사 근처에서 자취하는 딸은 단톡방에 친구, 직장 등 자신의 일상에 관해 일일이 공유하였다. 아들과 딸은 전부터 소원한 사이였는데, 자신과 관련 없는 메시지가 계속 쌓이는 것이 싫었던 아들은 결국 단톡방에서 나갔다. 아들은 단톡방을 나올 때 귀찮으니 개인적으로 연락하라고 하며 나왔고, 아들의 행동에 화가 난 남편은 아들을 초대하지 말라고 하였다. 아들과 딸은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아서, 단톡방으로라도 서로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던 최연서 씨는 아들을 다시 초대하고 싶어 남편을 설득해봤지만, 남편이 계속 반대하는 탓에 초대할 수가 없었다. 즉, 단톡방에서 나간 가족을 다시 초대하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였다.

딸내미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잖아. 그러면은 어느 날 봤는데 열 몇 개가 와 있고 이러니까, 얘[아들]는 그런 게 짜증 나 가지고. ‘왜 쓸데없는 얘기들을 자꾸 여기다가 보내는 거지?’ 그러더니 어느 날 지가 띡 나가버리고. 우리 애 아빠가 다시는 초대를 못 하게 해. (최연서)

3.

유용하지만,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가족단톡방

1)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느슨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연구참여자들은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한 번에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단톡방이 유용하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단톡방을 통해 가족들과 만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근황과 정보를 빠르고,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원가족이나 배우자의 원가족은 가까이 산다고 해도 각자의 생활이 있으므로 시간을 맞춰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로 의도해서 전화하거나 만나지 않는 이상 같이 살지 않는 가족들의 일상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가족들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대화하고, 떨어져 있을 때 대화하고. 떨어져 있었을 때도 떨어져 있는 것 같지 않은 것처럼 얘기해 줄 수 있으니까. 또, 우리 부모님하고도 마찬가지고. 아버지, 어머니하고 저는 20km 가까이 떨어져 있지만, 제 아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단톡방으로] 보여준다거나. 우리 아버지는 당신이 만지는 컴퓨터에 문제가 있었을 때, 카톡을 통해서 ‘연락 바람’ 문자 보내시면서 끈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한세훈)

가족단톡방에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즉, 특정 가족구성원과 직접 대화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가족과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를 보며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족단톡방이 아니었으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가족이나 친족과 느슨한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홍채아 씨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어려운 형부와 전화는 몇 번 해봤지만, 개인톡으로 연락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부모와 형제자매 부부가 있는 친정단톡방에서 형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형부는 어려워요. (중략) 여자 남자의 차이일 수도 있고. 아랫사람과 윗사람일 수도 있고. (중략) 형부랑은 전화 통화는 해도 메시지를 보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중략) 근데 얼마 전에 아기 태어났을 때 (중략) 형부는 거의 주마다 내려가는 거거든요. 언니랑 형부는 아기가 거기 있으니까. 형부가 그 마을 위에 올라가서 산책 겸 사진 찍었나 봐요. 그럼 형부가 [가족단톡방에] 사진 올리기도 하고. (홍채아)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어색하거나, 불편한 관계의 가족과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이는 목소리나 표정으로 감정이 드러날 수 있는 전화나 면대면 대화와는 다르게 텍스트 기반인 메신저는 감정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화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전화할 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에 어색하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전화할 때는 부담스러웠다. 또, 목소리나 말투에,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해야 했다. 그러나 메신저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지기에 상대에 대한 감정이 투영되지 않으며, 용건만 딱 전달하고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문소연 씨는 본인과 올케들만 있는 가족단톡방이 있었다. 서로 가까이 살아서 자녀가 어렸을 적에는 올케들과 친하게 지냈었다. 그러나 문소연 씨의 자녀들은 무탈하게 대학에 입학한 반면, 올케의 자녀는 수능을 계속 준비하자 문소연 씨는 올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이때 올케에게 전화하면 용건이 아닌 다른 이야기도 나누면서 실수할 수 있기에, 가족단톡방을 통해서 간단하게 용건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녀들이] 대학 들어가고 그럴 때는, 새언니들한테 전화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실수를 할 수가 있잖아. (중략) [단톡방으로는 새언니들한테] 딱 용건만, 딱딱 얘기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문소연)

차선혜 씨는 부모와 시부모가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아서, 무조건 전화로 연락을 드려야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인척관계이기 때문에 친정어머니에 비해 전화하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어머니와는 ‘가급적 필요할 때만’ 연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메신저는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고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 세대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편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이 카톡을 사용할 수 있다면] 소통이 좀 부드럽고, 더 자주 소통할 것 같아, 내 생각에는. 우리 시어머니 같은 경우에, 안부 인사를 하는 게, 무조건 전화를 해야 돼. 가서 보든가. (중략) 근데 마음이 화창하게 좋아가지고 전화하게 되지는 않잖아. 그런데 카톡은 그게 가능해. ‘아유, 어머니 잘 지내고 계시죠? 날씨도 너무 좋은데~’ (중략) 내 약간의 불편함? 껄끄러움? 이런 거를 다 그냥 버려두고, 문자로는 그게 가능해. (차선혜)

2)

글자라 번거롭고, 모두가 실시간으로 보니 조심하는

연구참여자들은 전화나 면대면 대화보다 메신저가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메신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며, 화면을 보고 글자를 직접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내면 되는 대화나 통화보다 불편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참여자의 부모 세대가 가족단톡방에 포함하지 못했다. 참여자의 부모세대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기계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고, 시력이 나빠지면서 스마트폰에 작은 글자 크기의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혹은 일부 참여자들은 부모가 기술을 신뢰하지 않아서 메신저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주로 참여자의 아버지가 이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는] 전화를 많이 하세요. 저희 아버지는 애들한테도 전화를 많이 하시고. 직접 통화하시는. [메시지를] 치고 있는 거 좀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타이핑하고 이런 거. (중략) 본인이 불편해하세요. 카톡 같은 거 보내면 전화하라고 그래요. (중략) 어머니는 [카톡] 잘 쓰시죠. (정일영)

연구참여자들은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족단톡방을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이들은 메시지를 일일이 입력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탈자나 띄어쓰기의 오류가 없는지 검토하고 보내야 해서 불편하다고 하였다. 나이가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짧게 메시지를 쓰는 자녀 세대에 비해 문장 형식으로 길게 작성하는 편이었다. 또, 가족들과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 편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메신저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손가락으로 메신저를 보내는 행동을 하며] 하는 걸 안 좋아해서. 그리고 메신저가 오면 바로 이렇게 몇 개는 치지만, 아니면 바로 통화로 해가지고 해결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중략) 이렇게 몇 자 치고 있느니 빨리 전화를 해가지고 한마디로 딱 끝내는 게, 그게 더 훨씬 더 효율적이고 편한 거죠. (전미경)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를 구성원 모두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별도의 가족단톡방에서 대화하거나 개인톡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참여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특정 인물은 보지 않았으면 했거나, 혹은 메시지가 관련 없는 가족들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특정 인물이 메시지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다른 가족이 알기에는 복잡하고 사적인 이야기거나, 혹은 해당 내용을 알게 된다면 당사자가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배우자와 금전적인 내용, 힘들었던 일, 자녀와 관련된 대화 등으로 소통할 때 가족단톡방보다는 개인톡이나 전화, 면대면 대화와 같은 일대일 방식의 소통 채널을 선택하였다. 금전적인 내용이나 직장에서의 고충 등의 내용은 사적인 내용이라 다른 가족들이 알 필요가 없고, 자녀와 관련된 내용은 당사자 앞에서 하기에는 자녀가 불편해하기 때문이었다. 한세훈 씨는 자녀와 관련된 대화를 나눌 때 메신저를 활용하기보다는 아들이 자러 간 이후에 아내와 대면으로 이야기했다.

애 있을 때 지 얘기 잘 못해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 (중략) 애 앞에서 자기가 뭐 했다. 뭐 했다, 하면 되게 쑥스러워해요. (중략) 아빠가 자기 앞에서 얘기할 때는 표정에서 그냥 쑥스러워하고 지 방으로 들어가는 게 보여가지고. “우리 [아들] 있을 때는 하지 말자. [아들] 관련된 얘기는 [아들] 자면 그때 하자.” (한세훈)

참여자가 보내는 메시지가 해당 없는 가족들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톡방에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가족 일부가 외국에 있어 활동하는 시간대가 한국과 다를 때, 그 가족이 메신저 알람 소리에 깨거나 하는 등 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자제하였다.

[첫째]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둘째], 너 몇 시에 들어와?’ 그런 걸 같이 있는 방에다 올렸는데. [첫째]가 [유학] 가고 나서부터는 거기다가 좀 그렇잖아. 왜냐면 시간대가 안 맞으니까, 그 소리에 걔가 깰 수도 있고. 그래서 [첫째]가 미국 가고 나서부터는 내가 [둘째]한테 개인적으로 ‘너 언제 들어와?’ 하지. 근데 우리 셋이 외식을 하거나, ‘오늘 이거 먹었다. 이거 먹는다. 우리 어디 간다. 여행 간다.’ 그런 건 올리지, [첫째]한테. (문소연)

3)

전화와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는

연구참여자들은 가족단톡방뿐만 아니라 면대면 만남, 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과 소통하였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는 면대면 대화나 전화로 주로 소통하였다. 디지털 이민자 세대인 참여자들은 면대면으로 대화하거나 전화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했다. 친밀한 관계의 가족과는 면대면 대화나 전화와 같이 감정이 드러나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으며, 이러한 소통방식으로 오히려 가족과 길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배우자와 자녀와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배우자나 자녀와 같이 집에 있을 때는 가족단톡방을 사용할 일이 적었다. 급한 업무가 아닌 이상 집에서 대면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고,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동시적인 특성을 지닌 전화로 논의하였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 시점에 카카오톡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오류가 발생하여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했을 때도 참여자들은 면대면 대화나 전화로 가족과 소통하였으며,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카카오톡 데이터센터 화재가 토요일에 일어났는데] 토요일에는 어차피 [가족끼리] 계속 같이 있으니까 별 영향이 없었어요. 가족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거예요. 같이 있으니까 굳이. 저희는 토요일 날 카톡 빈도는 많이 떨어져요. 애가 밖에서 놀지 않는 이상은. (중략) 아내하고는 전화로 바로, 문자 말고 전화로 다 했던 것 같아요. (한세훈)

또, 연구참여자들은 가족과 단톡방을 통해 편리하게 소통하기는 했지만, 단톡방의 불편한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화를 함께 활용하기도 했다. 가족이라 해도 메시지를 통해 대화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거나, 참여자가 생각한 의도대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화는 두 사람이 모두 전화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어야 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단톡방과는 달리 전화는 1:1이라는 특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일상적인 내용이거나 짧은 대화를 할 때는 가족단톡방을 활용했지만, 급한 일이 있거나 긴 대화를 해야 할 때는 전화를 활용하였다.

특히, 가족행사처럼 가족과 의논할 일이 있을 때는 두 가지 연락 방식을 모두 사용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부모의 생일 선물로 무엇을 샀는지와 같이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단순하게 말할 때는 가족단톡방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가족 누군가가 다쳤을 때 누가 돌볼 것인지 논의하거나, 한 가족의 의견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할 때는 서로 전화하였다. 홍채아 씨가 보여준 형제자매만 있는 단톡방에서는 어버이날 때 무엇을 할지 논의하다가 메시지가 끊긴 내역이 있었다. 그는 이때 동생에게 전화가 왔고, 가족단톡방에서 전화로 넘어가 서로 어버이날 때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였다고 했다.

[동생에게] 전화가 와요. 여기다[단톡방에] 답장할 때도 있지만, “누나, 난 벌써 했어.” 그럴 때도 있거든요. 이거 같은 경우는, 벌써 “누나, 나는 했어.” “언니, 난 내려가 보고 필요하신 거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해서 전화 통화할 때도 있고. (중략) [전화로 넘어가는 이유는] 내용이 기니까? 톡으로는 전달이 더 안 될 수도 있으니까? (홍채아)

연구참여자들은 가족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통화나 면대면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메신저로 소통하면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안부를 물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특성으로 인해 개인적인 연락을 덜하게 되었다고 했다. 단톡방이 없었을 때 가족의 근황이 궁금하면 전화하여 그동안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단톡방이 생기고 서로의 근황을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혹은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짧고 간결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과의 깊고 생생한 상호작용이 감소했다. 서로의 얼굴이나 표정, 어조, 목소리 등 비언어적 상징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메신저와는 달리, 전화는 목소리나 어조 등을 통해 상대의 건강상태, 기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면대면 대화는 서로의 표정을 보고 피부가 부딪히며 메신저로는 해소할 수 없는 만남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친밀감을 강화하였다. 이런 점에서 가족단톡방은 가족과 비대면으로 연락하기에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전화나 면대면 대화를 대체할 수 없었다.

카톡으로 하면 아웃 오브 사이트(out of sight)는 아니잖아요. 어쨌든 눈에 보이잖아요. 근데 실제로는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mind)가 되는 것 같아요. 저랑 되게 친했던 사촌 누나가 있어요. (중략) 카톡 계속 하지만, 서로의 마음은 옛날 같진 않아요. (중략) 저는 카톡 때문에 연결고리는 계속해서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중략) [하지만] 이걸 친밀도를 상승시킨다든가, 결국에는 계속해서 카톡으로 얘기하고, 같이 부딪힘이 있어야 되는 건데. 거리가 멀어지고, 안 만나다 보면은, 제 생각에는 친밀도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높아지진 않은 것 같아요]. (한세훈)

Ⅴ.

논의

본 연구는 단톡방을 활용한 가족 간 상호작용을 통해 기혼자는 무엇을 체험하며, 이들에게 가족단톡방의 의미는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자녀, 배우자, 부모 또는 배우자의 부모와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가족단톡방이 한 개 이상 있는 성인남녀 10명을 심층면접하였다. van Manen(1994)의 해석학적 현상학에 근거하여 ‘온 가족이 모여있는 가상의 거실, 가족단톡방’, ‘각자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가족단톡방’, ‘유용하지만,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가족단톡방’이라는 총 3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체험의 구조를 기반으로 발견한 기혼자의 가족단톡방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단톡방은 다양한 하위체계에 속해 관계를 이어가는 가상의 거실이었다. 기혼자의 가족단톡방에는 핵가족, 본인의 원가족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원가족, 친인척 등 다양한 구성원이 포함되었다. 기혼자는 단톡방을 활용해 가족과 비대면으로 근황과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특히, 가족은 공통된 경험을 기반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각자의 생활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기 때문에(Segrin & Flora, 2018) 다른 관계에 비해 텍스트 중심의 메시지로 인한 오해나 갈등이 적었다.

가족단톡방은 여러 가족구성원이 모여있는 거실이라는 점에서 기혼자가 편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 즉 가족의 경계에 따라 상호작용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불편하거나 어색한 관계의 구성원과 같은 단톡방에 있을 때 메시지의 내용과 형식을 고심하여 메시지를 보내었다. 기혼자가 가족구성원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함도 있지만, 반대로 단톡방에 있는 모두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의 메시지가 다른 구성원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긍정적인 관계의 가족구성원과 소통할 때와는 달리, 불편하거나 어색한 관계의 구성원과 같은 단톡방에 있을 때 평상시에도 본인의 역할과 위치를 신경 써야 했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현실에서의 가족관계가 단톡방의 상호작용 방식에 반영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둘째, 가족단톡방은 가족을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가상의 거실이었다. 가족단톡방을 통해 일상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생일이나 제사와 같이 매년 가족행사가 있을 때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규칙적으로 가족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부모, 자녀, 형제자매, 며느리나 사위 등 기혼자의 다양한 역할 수행과 연결되었다. 예를 들어, 기혼자는 학업 및 생활 지도, 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형제자매와 함께 본인의 부모, 배우자 부모를 돌보며 샌드위치 세대로서의 역할(Miller, 1981)을 수행하였다. 즉, 가족과의 대면 소통이 감소하는 시점에 기혼자가 단톡방을 통해 일상적으로, 규칙적으로 가족을 실천하면서 가족 기능을 강화하였다.

가족의 하위체계에 따라 단톡방을 활용하여 가족을 실천하는 방식이 달랐다. 예를 들어, 다른 하위체계에 비해 부부 하위체계에서의 상호작용은 본 연구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배우자와 단톡방보다는 면대면 대화, 전화와 같은 일대일 채널을 통해 주로 소통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가족과 공유해도 되는 내용은 단톡방에 공유하지만, 부부 사이에서 논의해야 할 사적인 내용은 모두가 볼 수 있는 단톡방보다는 일대일로 소통하였다. 또, 배우자와 동거할 때는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으므로, 급하게 논의할 일이 아니라면 메신저나 단톡방을 통해 소통할 필요가 없었다.

가족관계 및 상황에 따라 가족단톡방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물리적으로는 가족구성원과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가족관계를 끊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인 단톡방은 가족관계나 대화 주제 등을 고려하여 주체적으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불편한 관계의 가족과는 단톡방을 형성하지 않았다. 혹은 그 가족을 포함하지 않고 단톡방을 형성하거나, 관계가 좋지 않은 가족을 분리하여 여러 개의 단톡방을 형성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관계의 가족이라고 해도, 특정 주제와 관련 없는 사람은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았다. 가족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는 일부 가족이 단톡방에서 나가기도 했다. 현실세계의 가족과는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단톡방은 가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단톡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기혼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단톡방 및 가족을 구성하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주체성을 발휘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보면, 가족단톡방은 때로는 끈끈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가족 및 친족과 관계를 유지하는 온라인 가족실천(doing family online; Odasso & Geoffrion, 2023)의 공간이었다. 어떤 가족구성원과는 단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근황을 공유하며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가족단톡방을 통한 끈끈한 관계 유지의 측면은 가족의 공유시간이 적은 오늘날의 한국가족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족 중심의 끈끈한 관계를 억압적으로 인식하는 가족구성원이 있거나, 헬리콥터 부모 등과 같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가족단톡방을 통한 소통이 편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가족단톡방을 통한 느슨한 방식의 관계 유지는 본 연구에서 발견한 가족단톡방의 흥미로운 측면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어떤 가족구성원이나 친인척과는 개별적으로 연락하기보다 가족단톡방의 다른 구성원끼리 교환한 메시지를 보며 근황을 확인하였다. 또한,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단톡방에서 용건만 주고받음으로써 느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일대일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파악할 수 있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참여 수준을 달리하거나 단톡방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은 기존의 대면 의사소통이나 일대일 메신저를 통해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장혜경 등(2012)은 느슨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디지털 시대 한국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가족단톡방은 가상의 공간이 점차 중요해지고 가족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한국가족이 기대하는 느슨한 가족관계 유지에 부합하는 소통 채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셋째, 젠더와 연령에 따라 가족 내 위계와 역할이 차별화되는 한국가족에서 가족단톡방은 전통적인 가족규범이 상호작용의 패턴을 결정하는 가상의 거실이었다. 어머니는 가족단톡방에서 자녀의 학업이나 생활을 지도하는 자녀 돌봄의 주책임자였다. 아버지는 가족단톡방을 통해 자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관찰자나 보조자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였다. 여성은 가족단톡방에서도 연장자의 안부를 묻거나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으로 친족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가족단톡방을 활용해 소통할 때 사위인 남성보다 어휘와 문법, 내용 등을 주의하였다. 최근 메신저나 SNS를 통해서도 시집살이한다는 의미의 ‘SNS 시집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SNS뿐만 아니라 가족단톡방 등 비대면 상호작용에서도 가부장적 가족 규범이 중요하게 작동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연장자 혹은 남성은 최종결정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단톡방에 있는 구성원과 함께 가족행사에 대해 의논하지만, 맏이나 남성 형제자매가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주도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한국가족의 맥락에 따라 단톡방을 활용한 기혼자의 상호작용에서 젠더화되고 위계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넷째, 비대면의 특성이 있는 가족단톡방은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해 가족과의 대면 상호작용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가상의 거실이었다.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가족단톡방은 가족과 감정을 공유하기 어렵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표면적인 대화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 점에서 가족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어조, 말투 등 반언어적 상징을 활용하는 전화나 표정, 몸짓, 자세 등 비언어적 상징을 활용하는 면대면 대화와 같은 신체적인 교류가 중요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단톡방은 가족과 상호작용하는 보조적인 수단 중 하나일 뿐 가족과의 대면 의사소통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본 연구의 한계 및 후속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하나의 가족체계에서 한 명의 가족구성원만을 면접했으며, 특히 여성 참여자의 비중이 컸다. 가족체계이론에 따르면 가족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족구성원의 의견을 복합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Reczek, 2014). 그런 점에서 후속연구에서는 기혼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나 배우자, 부모 등 여러 가족구성원의 체험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족단톡방의 대화내용 등 심층면접 이외의 자료를 활용하지 못했다. 심층면접은 연구참여자의 감정, 의견, 경험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족단톡방의 경우 이미 누적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Resor(2021)의 연구에서처럼 질적 연구의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심층면접뿐만 아니라 실제 가족단톡방의 메시지를 활용하여 더 생생하고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단톡방 이외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가족의 소통방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족단톡방뿐만 아니라 화상통화와 같은 새로운 소통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므로, 미래에는 가족 의사소통의 다양한 채널 활용 경험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부모-자녀 혹은 부부와 같은 하나의 하위체계에 집중된 비대면 상호작용의 의미에 대한 탐색을 기혼자의 형제자매, 친인척 등 확대가족까지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 그리고 가족단톡방을 하나의 체계로 이해함으로써 그 안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복잡한 관계와 역동을 살펴보고, 어떻게 가족을 실천하는지, 기혼자의 정체성, 역할, 상호작용, 맥락이 한국가족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이론적 함의를 지닌다.

참고문헌

1.

강연임(2017). 카카오톡 메신저의 소통 양상과 사회언어학적 특성. 어문연구, 92, 5-37. https://doi.org/10.17297/rsll.2017.92..001 DOI: http://dx.doi.org/10.17297/rsll.2017.92..001 

2.

곽규태, 천영준, 오신호, 최수건, 이인성, 김진우(2012). 모바일 SNS 이용의 기술 사회적 환경요인이 스트레스 인지와 SNS 이용의도 저하에 미치는 영향: 카카오톡 서비스 이용자를 중심으로. 경영학연구, 41(6), 1405-1434.

3.

김애령(2009). 현상학과 해석학의 방법론적 적용의 문제: “체험연구”의 현상학적 토대와 해석학적 확장. 탈경계 인문학, 2(1), 231-258.

4.

김자아, 이상봉(2018, 8, 19). 가족 단톡방에 며느리도 초대하고 싶은데.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81700400731590

5.

박근희(2017, 9, 29). [friday] 댁의 안녕하십니까.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8/2017092801874.html

6.

박선희, 김성미(2018). 사범계 대학생의 SNS 소통 행태 및 인식 탐색: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디지털융복합연구, 16(10), 27-37. https://doi.org/10.14400/JDC.2018.16.10.027 DOI: http://dx.doi.org/10.14400/JDC.2018.16.10.027 

7.

박성복, 황하성(2009). 아내들의 휴대전화 이용이 남편과의 의사소통 및 친밀감, 평등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 미디어, 젠더 & 문화, (11), 41-74.

8.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Insight(2022, 1, 12). 2021년도 모바일 앱 랜드스케이프. 모바일인덱스 Insight. https://www.mobileindex.com/insight-report?pid=179

9.

유정아, 박남기(2019).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의 잠복 관찰: 카카오톡 이용자의 성격 및 심리적 특성의 영향. 한국방송학보, 33(6), 39-75. http://doi.org/10.22876/kab.2019.33.6.002 DOI: http://dx.doi.org/10.22876/kab.2019.33.6.002 

10.

이남인(2014). 현상학과 질적 연구: 응용현상학의 한 지평. 서울: 한길사.

11.

이재림, 윤보라(2023). 청년의 가족단톡방 활용 현황 및 관련 요인 탐색. 2023 생활과학분야 공동춘계학술대회 자료집, 296.

12.

이종임(2014). 대학생들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과 일상화 경험에 관한 연구. 미디어, 젠더 & 문화, 29(1), 37-70.

13.

이지영, 김주섭(2014).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의 채팅 룸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연구: 한국과 일본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디지털디자인학연구, 14(4), 283-293.

14.

장혜경, 김은지, 김영란, 김소영, 선보영, 최진희(2012). 가족의 미래와 여성가족정책전망(II).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5.

정상원(2018).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의 방법론적 탐구. 질적탐구, 4(1), 1-30. http://doi.org/10.30940/JQI.2018.4.1.1 DOI: http://dx.doi.org/10.30940/JQI.2018.4.1.1 

16.

정희석(2012). 한국형 SNS의 진화: 카카오톡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융복합연구, 10(10), 147-154.

17.

진미정, 권순범, 배한진(2019). 남편과 부인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의 상관관계. Family and Environment Research, 57(4), 473-483. http://doi.org/10.6115/fer.2019.035 DOI: http://dx.doi.org/10.6115/fer.2019.035 

18.

허상희(2017). 대학생들의 성별에 따른 카카오톡 사용양상 분석. 한민족어문학, 76, 163-199.

19.

Allen, K. R., & Henderson, A. C. (2021). 가족이론: 기본 개념과 적용 (정유진, 유현경, 정혜정 역). 서울: 학지사. (원서출판 2016).

20.

Baldassar, L. (2016). De-demonizing distance in mobile family lives: Co-presence, care circulation and polymedia as vibrant matter. Global Networks, 16(2), 145-163. https://doi.org/10.1111/glob.12109 DOI: http://dx.doi.org/10.1111/glob.12109 

21.

Bochner, A. P., & Eisenberg, E. (1987). Family process: Systems perspectives on family communication. In C. R. Berger & S. H. Chaffe (Eds.), Handbook of communication science (pp. 540-563). California: Sage.

22.

Church, K., & de Oliveira, R. (2013). What’s up with WhatsApp? Comparing mobile instant messaging behaviors with traditional SMS. In Proceedings of the 15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with Mobile Devices and Services (pp. 352-361). https://doi.org/10.1145/2493190.2493225 DOI: http://dx.doi.org/10.1145/2493190.2493225 

23.

Faris, I. N. I., Budiarti, D., & Permadi, A. (2021). Emojis in Indonesian intergenerational family Whatsapp group. In Proceedings of the Thirteenth Conference on Applied Linguistics (CONAPLIN 2020) (pp. 217-224). Atlantis Press. https://doi.org/10.2991/assehr.k.210427.033 DOI: http://dx.doi.org/10.2991/assehr.k.210427.033 

24.

Goffman, E. (1959).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 New York: Doubleday.

25.

Gong, W. J., Wong, B. Y. M., Ho, S. Y., Lai, A. Y. K., Zhao, S. Z., Wang, M. P., & Lam, T. H. (2021). Family e-chat group use was associated with family wellbeing and personal happiness in Hong Kong adults amidst the COVID-19 pandemic.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8(17), 9139. https://doi.org/10.3390/ijerph18179139 DOI: http://dx.doi.org/10.3390/ijerph18179139 

26.

Klein, D. M., & White, J. M. (1996). Family theories: An introduction. California: Sage.

27.

McDaniel, B. T. (2015). “Technoference”: Everyday intrusions and interruptions of technology in couple and family relationships. In C. J. Bruess (Ed.), Family communication in the age of digital and social media (pp. 228-244). New York: Peter Lang Publishing.

28.

Mead, G. H. (1934). Mind, self and society: From the standpoint of a social behaviorist.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9.

Miller, D. A. (1981). The ‘sandwich’ generation: Adult children of the aging. Social Work, 26(5), 419-423. https://doi.org/10.1093/sw/26.5.419 DOI: http://dx.doi.org/10.1093/sw/26.5.419 

30.

Mogharrab, A., & Neustaedter, C. (2020). Family group chat: Family needs to manage contact and conflict. In Extended Abstracts of the 2020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 (pp. 1-7). https://doi.org/10.1145/3334480.3382872 DOI: http://dx.doi.org/10.1145/3334480.3382872 

31.

Morgan, D. H. J. (1996). Family connections: An introduction to family studies. Cambridge: Polity Press.

32.

Morgan, D. H. J. (2011). Rethinking family practices. Basingstoke: Palgrave Macmillan.

33.

Odasso, L., & Geoffrion, K. (2023). Doing family online: (In)formal knowledge circulation, information-seeking practices, and support communities. Family Relations, 72(2), 389-405. https://doi.org/10.1111/fare.12865 DOI: http://dx.doi.org/10.1111/fare.12865 

34.

Peng, S., Silverstein, M., Suitor, J. J., Gilligan, M., Hwang, W., Nam, S., & Routh, B. (2018). Use of communication technology to maintain intergenerational contact: Toward an understanding of ‘digital solidarity’. In B. B. Neves & C. Casimiro (Eds.), Connecting families?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ies in a life course perspective (pp. 159-180). Bristol: Policy Press. https://doi.org/10.1332/policypress/9781447339946.003.0009

35.

Reczek, C. (2014). Conducting a multi family member interview study. Family Process, 53(2), 318-335. https://doi.org/10.1111/famp.12060 DOI: http://dx.doi.org/10.1111/famp.12060 

36.

Resor, J. M. (2021). Family processes in family group chats. Doctoral dissertation, The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Virginia.

37.

Segrin, C., & Flora, J. (2018). Family communication (3rd ed.). New York: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1351132596

38.

Seufert, M., Hoßfeld, T., Schwind, A., Burger, V., & Tran-Gia, P. (2016). Group-based communication in WhatsApp. In 2016 IFIP Networking Conference (IFIP Networking) and Workshops (pp. 536-541). Vienna: IEEE. https://doi.org/10.1109/ifipnetworking.2016.7497256 DOI: http://dx.doi.org/10.1109/ifipnetworking.2016.7497256 

39.

Stokes, R., & Hewitt, J. P. (1976). Aligning action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41(5), 838-849. https://doi.org/10.2307/2094730 DOI: http://dx.doi.org/10.2307/2094730 

40.

Taipale, S., & Farinosi, M. (2018). The big meaning of small messages: The use of WhatsApp in intergenerational family communication. In J. Zhou & G. Salendy (Eds.), Human Aspects of IT for the Aged Population. Acceptance, communication and participation (pp. 532-546). Cham: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3-319-92034-4_40 DOI: http://dx.doi.org/10.1007/978-3-319-92034-4_40 

41.

Tissot, F. (2020). Doing family on the move: Highly-skilled migrants in Switzerland and Germany. Bern: Peter Lang. https://doi.org/10.3726/b16724

42.

Turner, R. H. (1970). Family interaction. New York: Wiley.

43.

van Manen, M. (1994). 체험 연구: 해석학적 현상학의 인간과학 연구방법론 (신경림, 안규남 역). 서울: 동녘. (원서출판 1990).

44.

van Manen, M. (2014). Phenomenology of practice: Meaning-giving methods in phenomenological research and writing. California: Left Coast Press.

45.

Whitchurch, G. G., & Constantine, L. L. (2009). Systems theory. In P. Boss, W. J. Doherty, R. LaRossa, W. R. Schumm & S. K. Steinmetz (Eds.), Sourcebook of family theories and methods (pp. 325-355). Boston: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0-387-85764-0_14

46.

Yerby J., Buerkel-Rothfuss, N., & Bochner, A. P. (1995). Understanding family communication (2nd ed.). Arizona: Gorsuch Scarisbrick.

47.

Zhao, S. Z., Luk, T. T., Guo, N., Wang, M. P., Lai, A. Y. K., Wong, B. Y. M., Fong, D. Y. F., Chan, S. S. C., & Lam, T. H. (2021). A ssociation of mobile instant messaging chat group participation with family functioning and well-being: Population - based cross-sectional study.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23(3), e18876. https://doi.org/10.2196/18876 DOI: http://dx.doi.org/10.2196/18876